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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서평]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작가 소설

by KHEPRI 2024.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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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진솔은 원래 서울의 프로덕션 회사에서 방송 PD로 일을 했다. 하지만, 본인이 기획한 “도시탐험대”라는 프로그램이 대박이 났지만 공로를 메인 PD와 프로덕션 대표에게 빼앗겼고, 메인 PD와의 트러블로 일을 그만두고 고향인 대전에 내려오게 된다.
 
학창 시절 진솔의 동네에는 “돈키호테 비디오”라는 작은 비디오 가게가 있었고, 그곳은 어릴 적 진솔의 아지트였던 공간이다. 하지만 십여년이 지나 진솔이 다시 고향에 왔을 땐 비디오 가게가 있던 자리에는 카페가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비디오 가게의 물품들과 테이프들은 가게가 있던 건물의 지하공간에 고스란히 보관된 채 본인을 “돈키호테”라고 자칭했던 비디오 가게의 주인 “돈 아저씨”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돈 아저씨에게는 한빈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한빈조차 아저씨의 근황을 알지 못했다. 진솔과 한빈은 어릴 적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에 모여든 동네 친구들끼리 결성한 사조직 “라만차 클럽”의 회원이었다. 클럽은 학창 시절 이후로 해체가 되어 친구들 간에 왕래가 끊겼으나, 지하공간에 보관되어 있는 비디오 가게 물품 처분 문제로 대전에 방문했던 한빈은 진솔과 우연히 카페에서 재회한다. 
 
한빈은 아버지를 찾아 지하실 문제를 건물주인과 해결해야 했고 진솔에게 돈 아저씨를 함께 찾는 것을 제안한다. 진솔은 마침 인생 2막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었던 터라 돈아저씨의 행방을 수색하는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어보기로 하고 한빈과 함께 돈 아저씨를 찾기 시작한다.
 
유튜브 방송실과 진솔의 생활공간은 비디오 가게 건물의 지하공간에 마련하였다. 채널명 “돈키호테 비디오”를 개설하고 영상 초반에는 비디오영화를 소개하면서 돈 아저씨에 대한 추억과 제보로 시청자들과 소통하면서 채널은 조금씩 구독자수가 늘어난다.
 
비디오 가게의 소품과 테이프들이 보관되어 있는 지하실은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공간인 듯했다. 이제는 유튜브나 넷플릭스와 같은 OTT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지하공간으로 밀려난 테이프들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세상에 다시 소개된다. 또한 이 방송을 통해 라만차 클럽 멤버였던 친구들과 연락이 다시 닿게되고, 그들과 재회하며 돈 아저씨를 찾아 학창 시절의 라만차 클럽이 재결성되기 때문이다. 
 
돈 아저씨는 서강대 법학과를 졸업하였으나, 군사독재에 맞서 학생운동을 하여 옥고를 치렀기에 법조계 취업이 쉽지 않았다. 그의 인생은 다사다난하다. 대치동의 학원가에서 스타강사가 되기도 하고, 출판사에서 고전소설을 번역하기도 하며, 영화사에서 시나리오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 탓에 매번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직장을 나오게 되며, 영화감독이란 꿈을 가지고 대전으로 내려와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계속했던 것이다.
 
소설 속에서 돈 아저씨의 나이는 정확히 묘사되지 않지만, 15년 전 초등학생이었을 아들 한빈으로 추론해 보면 최소 40세 후반으로 예상된다. 그는 소설 속에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처럼 비현실적이고 심지어 무모하게 느껴지지만, 결국은 본인이 꿈꿔왔던 이상을 실현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돈 아저씨를 따르던 라만차 클럽의 찐싼초 진솔 역시 인생 2막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키며 찐싼초가 돈키호테로 거듭나는 모습이 그려진다.
 
지금의 40대 중에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꿈이 없는 사람들은 과연 꿈을 이뤘기 때문에 없는 것일까? 대부분이 생계를 위해 꿈이란 것은 뒤로 던져둔 채 막연하게 흘러가는 대로 되는대로 살고 있지는 않을까? 
 
돈 아저씨라는 캐릭터를 현실에 비유하기에는 비현실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현실에 안주하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정한 이상을 찾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든다. 매일매일을 바쁘게 똑같은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거창하지 않더라도 소박한 목적이나 꿈을 가져보고 살아간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이 조금 더 즐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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